Dining/in Paris

파리 디저트 | Stohrer 스토헤 - 생토노레 & 크라상 | Rue Montorgueil

뭐할 2023. 8. 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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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최고(古) 파티세리

프랑스 밀가루에는 뭔가 있다,라고 미국의 Martha Stewart가 말했었다. 

정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파리에 처음 갔었을 때 바게트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받았던 충격만큼은 아직도 남아있다.

 

때문에, 이번에는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Paul이나 Eric Keyser가 아닌 로컬 빵집을 경험해 보리라 다짐했었다.

그렇다고 1등 바게트나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델 찾아갈 정도의 열정까지는 없었고, 마침 숙소 근처에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파티세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 보았다. 

 

참고로 파티세리(patiserie)는 케익이나 패스트리처럼 단 디저트류를 주로 취급하는 것을 알려져 있고, 불랑제리(boulangerie)는 식사빵 종류를 주로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다녀보면 그렇게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본문에서 소개할 곳은, 1730년부터 존재했다는 Stohere라는 파티세리이다. 

 

 

Stohrer – Pâtisserie parisienne depuis 1730

La Maison Un temple du sucré et du salé, où l’on confectionne tout sur place pour proposer, siècle après siècle, le meilleur de la pâtisserie classique française. Babas au rhum (inventés par Nicolas Stohrer), puits d’amour, religieuses à l’

stohrer.fr

 

지도상으로는 시장이고 실제로 들어가보면 레스토랑이 더 많이 보이는 Rue Montorgueil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파란색 입구와 간판이 눈에 잘 들어오므로 찾기 어렵지 않다. 

 

스토헤의 입구

 

입구를 들어서면 진열장을 가득 매운 케익과 초콜릿, 타르트에 눈이 돌아간다. 

길지 않은 줄 뒤에 서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디저트들을 구경했다. 

 

사족일 수 있는데, 디저트류의 디자인이라든가 뷰티의 측면에서는, 서울 여느 디저트가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파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볼 법한 새초롬하고 반짝거리는 맵시를 기대하기보다는, 매장이 보유한 디저트의 다양성을 만끽하는 것을 권하며,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종류의 디저트를 시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진열장을 가득 메운 디저트

 

어쨌든, 진열대 안 디저트들의 잔여수량으로 미루어보아, 밀푀유와 에클레어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 같았으며, 생토노레 쪽의 면적이 넓은 것으로 보아 인기가 있는 것 같았다.

일단 나는 크로아상과 바게트를 주문한 후 직원 분에게 무엇이 맛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추천받은 것은 에클레어였다. 

그러나 이날은 에클레어 느낌이 아니라, 살구 타르트와 생토노레를 추가하였다. 

 

음 그런데 계산을 하며 보니 크라상, 바게트, 살구타르트, 생토노레 이렇게 합하여 16유로가 넘지 않았다. 

높은 환율을 적용해도 2만 5천 원을 넘지 않는 가격이었고, 양이 많다는 점과 파리의 물가를 고려하면 정말 좋은 가격이었다.

 

잘 포장된 빵과 디저트들

 

더운 날씨와 제품의 신선도를 고려하여,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빵과 디저트들을 맛보았다.

일단 크로아상은 한국에서 먹었던 크라상을 평가절하할 정도까지 어마어마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빠르게 변화하고 좋은 것을 재빠르게 좇아가는 서울에 산다는 것은 음식을 즐기는 나에게 정말 좋은 부분이다. 

 

대신, 크라상에 쓰인 버터의 풍미가 특출나게 좋다고 느꼈는데, 이후에 다른 곳에서 맛본 크라상이랑 비교할 때에도 이곳에서 쓴 버터의 풍미가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다음, 바게트는 맛이 있었으나 내 기준에는 조금 딱딱하여 결국은 다 먹지 못하고 이틀 후 버려졌다.  

살구타르트의 경우도, 대단히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의 경우 과일 본연의 맛을 뛰어넘지 못할 경우 만족도가 더 떨어지는 것 같다. 

(사실 유럽에 가 있으면 과일의 종류도 많고 저렴한 편이며, 특히 복숭아류 생과가 대체로 훌륭하므로 조리된 방식보다는 마트에서 다양한 품종을 사서 맛보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생토노레 (좌측 하단)

 

마지막으로, 내가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봐도 무방한 생토노레이다. 

타르트 위에 코팅한 슈를 쌓아 만들어내는 생토노레는 기본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디저트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그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그로 인해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디저트인 것 같은데, 이 날 맛본 생토노레는 정말 맛있었다. 

사실 내 입맛에는 다소 딱딱하고 두꺼운 사탕 코팅이 된 슈가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러한 질감을 압살하는 밸런스가 두 가지 종류의 크림과 슈와 타르트 모두에서 느껴졌다.

 

(이후에 두 번 더 이곳을 찾아 한 번은 에클레어를 맛보았고 마지막엔 생토노레를 한 번 더 먹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다시 또 먹어보고 싶은 것은 역시 생토노레이다.)

 

이 날 구입한 모든 품목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긴 했는데, 사실 그보다는 가격에 대한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을 우리나라에서 먹는다면 16유로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가 급상승한 요즈음엔 좀 괜찮은 디저트 카페에만 가도 작은 케익이나 타르트 하나에 만원을 훌쩍 넘기기 마련이다. 

좋은 밀가루, 좋은 계란, 좋은 버터를 써야 좋은 품질이 나오는 게 베이킹의 정직성일진대, 원가절감 하고 있는 한국 베이커리들은 진심 빵 가격 좀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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