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커피 | 커피 볶는 피루니 - 강배전 원두 & 바닐라 라떼 | 양평동

선유도공원 근방의  운치

서울에 살고 한강변을 자주 찾아도 선유도 공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선유도"란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는 뜻으로, 일제 강제 점거 이전에 봉우리섬이었다고 하는데, 근대에는 수돗물 정수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서글프다. 

어쨌든 지금은 아담하고 한적한 공원이 되어 운동 말고 걷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플레이스가 된 상태이다. 

 

https://parks.seoul.go.kr/template/sub/seonyudo.do

선유도근린공원

 

선유도공원역에서 내려 선유도공원으로 향하는 평지길은 낮은 주택가와 작은 가게들과 아름다운 가로수로 꽤 운치가 있다.

예전에는 역에서부터 한강으로 향하는 짧은 가로수 길가에 다양한 카페나 음식점들이 문을 활짝 열어 노천 카페와 같은 바이브가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상권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피루니 역시 이전의 로케이션을 떠나 다음 블럭의 주택가 골목으로 이전한 상태였다.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던 사장님 담백한 피루니의 로고

 

이전에는 동네 사람들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앉아 여유를 만끽하던 오픈 플레이스에 가까웠는데, 새로 옮긴 곳은 조용한 주택가 건물 2층이다 보니 느낌이 확 달라져 있었다. 

이전의 활기찬 바이브는 없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배치해놓은 가구들과 소품들이 왠지 힙하다.

테이블 수도 눈에 띄게 줄었고 손님들도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조용한 분위기여서 왠지 일잘러들의 핫스팟이 된 것 같았다. 

 

새로운 장소의 익숙한 가구와 소품들

 

서울 대표 강배전 커피

피루니의 커피의 매력에 대해 알기 위해선, 일단 강배전을 아는 게 좋겠다.

'배전'은 커피 로스팅을 뜻하며, 쉽게 강중약으로 구분한다.  

그러므로 "강배전: 다크로스팅 / 중배전: 미디엄로스팅 / 약배전: 라이트로스팅" 정도만 알아 두어도 원두를 살 때 도움이 된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스페셜티 커피 퀄리티가 급향상되면서 라이트로스팅하여 원두의 맛과 향기를 끌어올린 커피 전문점과 애호가들이 많이 생겨났고, 나 역시 강배전보다는 약배전 원두를 통해 다양한 원두를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쪽이다.  

반면 커피 고유의 다크한 풍미를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강배전을 선호하고,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하면서 다시 늘어나는 추세인 듯한 느낌이다. 

경험한 바 및 들은 바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다크로스팅이 흔하기 때문에 커피의 맛이 대체로 진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커피의 쓴 맛을 중화시키는 라떼나 믹스 커피가 발전해온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차류 역시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일본 차의 맛이 훨씬 진하다고 느끼는데, 다과 조화의 측면에서 일본 디저트의 단맛이 이토록 고점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피루니의 커피는, 일단 내가 경험해본 다른 강배전 커피들에 비해 향과 맛이 훨씬 더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항상 비결이 궁금했는데, 사장님에 의하면 로스팅 기계를 직접 개조하여 향과 맛을 살릴 수 있는 로스팅을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피루니는 라떼도 정말 맛있지만, 일단 들어서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게 된다. 

 

시원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매장의 분위기를 느껴본다. 

장식적이지 않고 담백하여, 커피의 직선적인 맛처럼, 실내의 분위기가 왠지 힙하다.

그에 반해 손님들의 다양한 질문에 성의 있게 답변해주는 사장님 로스터의 매력은 동네 형의 느낌이라 더 믿음이 간다.

이날 산지별 원두를 잔뜩 사서 돌아왔고, 지금까지도 사무실 머신으로 내려 마시며 최상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만족도를 누리는 중이다.  

 

 

https://naver.me/F9QpyS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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