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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맛집 | CORSO 코르소 - 프렌치 다이닝 | 한남

뭐할 2022. 9. 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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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고 합리적인 프렌치 레스토랑

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코르소 한남"에 다녀왔다.  

코르소는 나인원한남 "고메이494"의 입점 레스토랑 중 하나로, 주차는 나인원한남 주차장에 하면 편리하나 사실 주차비는 비합리적이다.

 

일단 고메이494는 갤러리아에서 운영중인 '파인다이닝 +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다소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쉽게 말해 푸드코트가 있는 부띠끄 몰 정도가 적당할 거 같다.

좋은 브랜딩으로 다소 과대평가된 느낌도 있는데 모든 입점 브랜드가 프리미엄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불매하는 브랜드도 있으며 동선이 살짝 불편한 데에 비해 보고 즐길 거리가 많은 느낌도 아니라 선호도가 높은 장소는 아니다. 

 

어쨌든, 6만원 상당의 런치 코스는 웰컴디쉬, 시즈널 디쉬,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이렇게 구성되어잇고, 애피타이저와 메인은 옵션이 몇가지 있었는데, 연휴 끝날이라 해산물을 선택할 수 없었던 게 좀 아쉽다.

 

사실 웰컴디쉬는 식전빵에 토마토 페이스트 버터가 제공되는 것이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빵이 맛있었고, 시즈널 디쉬의 부라따 치즈와 엔다이브 샐러드가 만족스러워 기대감이 상승했다.

 

토마토페이스트를 넣은 버터 스프레드, 식전빵, 샐러리 피클
비트와 천도복숭아를 올린 부라따 치즈 엔다이브 샐러드

 

애피타이저로 도미 세비체 대신 홍두깨 타르타르가 준비되었고, 이베리코 크로켓과 함께 하나씩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이베리코에 대한 환상이 없고 크로켓 류의 음식도 좋아하지 않지만, 살사의 간이 적절하고 재료가 신선한 느낌이 괜찮았고 타르타르는 건강하고 무난한 맛이었다.  

 

이베리코 크로켓과 홍두깨 타르타르

 

파인 다이닝을 결정하는 요소

우리는 메인으로 버섯이 들어간 뇨끼와 보타르가(어란) 토나렐리 파스타를 주문했다. 

이윽고 서버분이 주방으로부터 나와 먹음직스러운 문어와 파스타를 배분해주었고, 함께 나온 보타르가 토나렐리가 짠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다가 우리가 문어 파스타를 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고 보니, 뇨끼 대신 문어가 올라간 메제마니케(짧고 굵은 원통형 파스타)가 나온 것이었다.

아쉽지만, 음식들에 대한 만족도가 충분히 높아 컴플레인의 의사는 없었고, 뇨끼가 15,000원 더 비싸기 때문에 언질만 주었는데 서버분들이 굉장히 미안해하면서 몇번이고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는, 뇨끼를 맛보시려던 건데 이렇게 가시면 안된다며, 배가 부를실 수 있으니 일단 맛을 보여드릴 정도의 양을 불에 올렸다고 전한다. 

 

문어가 올라간 메제마니케
보타르가 파스타

 

여튼 메뉴로 돌아가면 ,뇨끼에는 호주산 트러플머쉬룸을 (리터럴리) 잔뜩 올려주셨는데, 시중에 거의 범람 수준인 트러플 오일을 쓰지 않고 신선한 버섯으로 낸 소스의 풍미가 정말 좋았고, 파스스 부서지는 최근 뇨끼 트렌드와 달리 쫄깃하고 녹진한 텍스처와 잘 어울렸다. 

 

포르치니, 페코리노, 느타리버섯, 블랙 트러플을 곁들인 브라운 버터 뇨끼

 

맛보기에는 너무 많았던 뇨끼까지 다 먹고 배가 지나치게 불렀을 때 받은 디저트는 망고 커드가 들어간 밀크 초콜렛 무스였다.  

상큼한 패션프루츠 퓨레와 핑크 페퍼를 곁들이니 망고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배가 불렀는데도 다 먹게 되었다.  

 

 

프리미엄이 너무 흔해진 시대이기도 하며, 일때문에 레스토랑 브랜딩을 경험하면서도 파인다이닝이란 걸 어떻게 정의할 지에 대해 생각이 많았었다. 

코르소에 대해 듣기로도, 메뉴판을 받을 때까지도 그 포지셔닝이 파인다이닝과 캐주얼 레스토랑의 사이 어딘가에 있겠지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 날 경험한 섬세한 응대를 통해 적어도 내 다이닝 익스피리언스만큼은 코르소를 파인 다이닝으로 소개하게 만들었다.  

요새 적지 않게 발견되는, 쿨하다 못해 아이시하게 무장한 소통불가형 매장에 비하니 감사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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