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미식 경험
중요한 파트너를 대접하기 위해 어렵게 주옥 런치를 예약했는데, 미슐랭 2스타를 단 이후로는 첫 방문이어서 기대가 컸다.
더플라자 호텔의 주차장은 호텔과 바로 연결되지 않아 불편한 것을 빼면 서울 도심 특급 호텔로는 최상의 입지 조건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레스토랑 내부에서 바라보는 서울시청 광장 뷰가 훌륭한 까닭인데, 안타깝게도 겨울이라 그 베네핏을 누리지는 못했다.
주옥 - 레스토랑 & 바 - 다이닝 | 더 플라자 호텔 서울
2018, 2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에서 1스타를 획득한 신창호 셰프의 코리안 컨템포러리 퀴진 ‘주옥’. 한식의 굵은 뼈대가 되는 장(醬)과 식초를 활용하여 한국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요리를 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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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자리에는 식사에 필요한 커틀러리들이 전통 싸개에 담겨 세팅되어 있었다.
호호당에서 주문한 제품으로 보였는데, 호호당은 나도 애정하는 일종의 전통 소품 부띠크인데, 흔하지 않은 선물을 구하기 좋다고 여겨져 잊을만 하면 체크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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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석하면 곧 웰컴 디쉬인 산사화채와 보리새우 과자와 함께 서버분의 안내가 시작된다.
그런데 찻잔에서 좋지 않은 물냄새가 나는 바람에 두 번이나 새로 서빙 받고 정리하느라 웰컴 이벤트 같았던 식초 에이드를 찍지 못했다.
어쨋든 이 에이드는 포도식초 또는 솔잎 식초 둘 중 하나를 골라 자리에서 음료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모두 솔잎식초를 골랐고 상큼함에는 충분히 만족하였다.
애피타이저로는 고추장 육회와 찜닭을 각각 재해석한 한입거리가 나왔다.
일단, 노른자 젤리를 올린 고추장 육회는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었다.
한편, 한식 플레이팅마다 빠지지 않는 팥 위에 올라간 것은 크로메스키라는 러시아식 크로켓으로 재해석한 찜닭 요리인데 동석한 파트너는 맛있어 한 것 같은데 내 입맛에는 너무 짜고 헤비하게 느껴졌다.
다음은 4가지 맛의 자연산 대하 요리였다.
찬 해산물 좋아하지 않지만, 찬 피스에서 더운 피스로 옮겨가며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고, 방울 방울 플레이팅된 소스가 맛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다음은 북어 보푸라기를 올린 막걸리빵과 더덕구이였는데, 일단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거니와 소담스럽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북어 보푸라기의 향미가 워낙 강해 더덕의 맛과 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주옥은 특이하게 시그니처로 들기름 요리를 선보이는데, 들기름에 버무린 전복소라와 양파, 그리고 메추리알과 캐비어가 올려진 요리이다.
일단, 들기름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메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다행히 동석한 파트너는 좋아하였다.
음 그런데 입에는 들기름이라는 요소 외에 무엇이 특별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맛의 조화랄까 먹는 방법이랄까의 레이어가 비교적 단순한 느낌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메인 요리로 나는 한우 안심을, 동행한 파트너는 생선 요리를 선택했다.
육포 가루를 묻힌 한우 안심이야 맛이 없을 리가 없는데, 가니쉬로 나온 우엉잡채와 잎새 버섯이 별미였다.
그런데 매장 내부의 온도가 너무 낮아 고기마저 온기를 잃었던 것은 내겐 좀 문제였다.
게다가 이날은 반상이 메인과 함께 나와 밥의 온기와 찰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러한 참사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생선찜을 주문한 파트너는 다행히 꽤 만족하였다.
외투를 벗고 2시간여 시간동안 식사를 해야하는 파인다이닝에 실내 환경 조성은 좀 민감한 문제인 것 같다.
게다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체온이 점점 내려가 식사 시간과 음식 온도에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앞단에 아무리 좋은 요리가 나오더라도 메인에 이르러 식은 음식을 먹게 되면 좋았던 인상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디저트는 밤무스를 올린 생강 아이스크림이었다.
음식의 깔끔한 마무리를 유도한 구성일텐데, 일단 겨울에 적합한 메뉴가 아니라고 느꼈다.
뿐더러, 한식의 단 맛을 마무리하거나 이후에 나오는 한과의 맛을 분리시켜주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언급했듯, 마지막에는 한식 다과상이 나온다.
우리는 둘 다 작두콩차를 선택했는데 찻잔과 차 받침이 품격 있고 보기 좋았다.
다과는, 호두병과, 강정, 약과, 양갱 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입안에 남아있는 단맛에 질려 차를 마셨는데도 별로 당기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약과를 맛봤으나, 안타깝게도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식 파인다이닝은 매번 마지막 다과상에서 실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타겟 소비자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모를까, 연이어 느껴지는 단맛을 중확시키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하지 않는 한, 다과상을 매력적으로 느끼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세련된 플레이팅과 좋은 재료, 세심한 요리의 파인 레스토랑 주옥, 메뉴의 구성과 다이닝 환경이 조금은 개선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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