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컨템포러리 강자
2023년 새로운 미슐랭 가이드가 발표된 이후, 어찌 보면 가장 인기가 좋은 곳 중 하나가 익스퀴진이 아닌가 싶다.
일단, 아직까지 가격대의 문턱이 높지 않고 음식의 퀄리티가 출중하며 정식당이나 밍글스처럼 추후 스타가 추가될 포텐이 높아서 - 라고 짐작해본다.
파인 다이닝에도 장르가 있는데, 익스퀴진은 코리안 컨템포러리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용어 자체가 사실 애매모호하고 어떻게 보면 아무데나 편하게 갖다 붙이기 쉬운 말일 수도 있는데, 주관적 재해석이나 트렌디한 문법이 많이 쓰일 수록 소위 컨템포러리에 가까워진다고 보면 조금 쉬울 것도 같다.
(*여기서부터는, 파인다이닝과 와인에 일가견이 있는 특파원B에 의해 작성되었다.)
익스퀴진은, 청담동 레스토랑 격전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였으며, 바로 옆 준오헤어 건물에서 발렛 주차가 가능(4천원)하다.
입구가 약간 분간이 어려운데 내 경우는 직원분이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셨다. 그래서 들어갈 때에는 입구 사진 찍기 실패했다.
매장 분위기는 일반적인 파인다이닝이라기엔 좀 캐주얼했다. 미친 외식 물가를 고려하면, 가격대를 보아도 마냥 파인다이닝이라기엔 조금 애매한 포지셔닝이긴 한 것 같다.
손님들도 워크인으로 들어온 양 가볍게 들어온 느낌이었지만, 실은 나 포함 다들 30일 전에 네이버 서버 시계 맞춰놓고 박터지게 예약해서 왔을 거 생각하니 조금 웃겼다.
메뉴는 한지 봉투에 실링 왁스로 봉해서 주는데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여서 기왕 실링 왁스를 쓰는 김에 봉투와 메뉴 모두 조금 더 두꺼운 종이를 쓰면 고급스럽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뉴는 아주 간촐하게 쓰여 있지만 직원이 와서 설명을 해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안 들려서 메뉴에 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궁금했지만 물어보는 성격이 아닌 나 같은 사람은 그냥 패스하기 때문이다.
스타터는 스낵이라고 간촐하게 쓰여 있지만 3가지 한입거리 요리가 나왔다.
첫 번째, 문어타르트. 치미추리 소스에 봄나물이 곁들여진 것으로 기억한다. 상큼한 맛도 좋고 문어가 양도 꽤 많고 탄력이 있으니까 입에 넣자마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입안에 머물면서 한입에 가득 들어차는 느낌도 만족스러웠다.
사워도우칩 위에 우니와 아보카도 소스. 장조림 부스러기 같이 생긴 건 뭔지 모르겠다. 설명해줬을 건데 못 들음.
바삭한 식감은 좋은데 우니 맛이 강하지는 않다.
다음, 익스퀴진의 시그니처 오징어먹물 광어튀김과 고추장 아이올리 소스.
돌멩이 올려놓은 듯한 프리젠테이션이 재미있는데, 이건 맨 첨에 누가 시작했을까 하고 좀 궁금해졌다.
양도 제법 많고 뜨거운 튀김을 한 입 가득 물었을 때 촉촉한 광어 속살과 육즙 같은 것이 터져나오는데, 아이올리 소스와 배합도 좋다.
그 다음에 나온 아스파라거스 요리. 이게 내 원픽.
일단 예쁘기도 너무 예쁘다. 봄봄한 프리젠테이션. 아스파라거스 위에 뭘 올리고 그 위에 대게살을 올린 요리.
서버가 접시에 직접 레몬 콘소메 소스를 부어준다.
그러면 그 소스와 함께 떠먹는데 이 소스가 아주 상큼하고 맛있어서 아삭하게 잘 익힌 아스파라거스와 대게살과 조합이 좋았다.
위에 올라간 꽃 같은 것도 딜 종류의 맛이 나서 상큼하니 좋았다.
그 다음에 나온 건 감자 요리. 사실 이게 좀 궁금했는데 도대체 감자로 무슨 요리를 하나 싶었는데 국물을 곁들인 해산물 요리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게 내 입장에서는 가장 신선한 요리 중 하나였다.
쭈꾸미와 몇 가지 재료 감자 조각 감자칩이 들어가 있는데 거기에 서버가 맑은 감자 스프를 따라준다.
구수한 감자향이 너무 좋은데 맛은 쭈꾸미 해산물 맛이 강했다.
가운데 하얀 것은 무슨 크림인가 치즈인가 그랬는데 입에 넣으면 툭하고 터져서 서프라이즈.
날이 좀 추웠으면 아주 맛있게 먹었을 요리였다.
이제는 메인이다.
이때부터 갑자기 비가 와서 안 그래도 어두운 톤인 실내가 더 어두워져서 사진보다 실제로 보는 게 되려 식별이 잘 안 되었다.
메인은 2가지였는데, 우선 안에 버섯 같은 걸 채운 닭가슴살과 비프웰링턴(2.5만원 추가)이다.
사실, 한국 파인다이닝에서 잘 내지 않는 닭가슴살을 메인으로 내세운 패기가 돋보였다.
부드럽고 맛있는 요리였지만 닭가슴살을 메인으로 낼 땐 좀 더 먹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맛이나 식감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위에 올라간 건 닭껍질 튀김이고 1시 방향으로 소스 안에 동그랗게 보이는 게 밤 퓨레인데 이건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비프웰링턴을 처음 먹어보는데, 부드럽고 맛있지만 기준점이 없어서 약간 애매했다.
겉을 싼 페이스트리가 버터맛도 많이 나고 좋았는데, 소고기 육향이 좀 더 나도 좋았을 거 같기도 하다.
한국인이라면, 좋은 소고기는 구워먹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은가 라는 고민은 항상 하게 되는 듯 하다. ㅎ
어쨌든, 앞의 요리들에 비해 메인이 좀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디저트로 나온 건 밥 위에 올라간 오므라이스처럼 보이지만(의도한 것일까) 버터밀크 그라나타 위에 애플망고 아이스크림 올린 것이었다.
그라나타 아래에도 망고 과육이랑 다른 뭐가 들어가 있다.
서버가 설명해줬는데 못 알아듣고 결국 이 밥같이 생긴 게 뭐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그 정도로 궁금했다.
망고 아이스크림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일행에게 절반 투척했으나, 버터밀크 그라나타가 내 취향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티는 작두콩차에 바닐라슈와 초콜렛봉봉이 같이 나왔다.
사진을 깜박 했는데 슈는 큰 감흥이 없었으나 봉봉은 씹으니까 안에서 한라봉 주스가 터져나와서 놀랐다. 이런 게 재미지. ㅎ
작두콩차는 다른 것보다 저 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매트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에 저 계란같이 둥근 컵 모양이 계속 만지게 만들었다.
익스퀴진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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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예약해 가 본 익스퀴진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고 셰프 스킬이 좋다고 느꼈다.
사실 가격도 괜찮기 때문에 메뉴가 변경되면 한 번 더 가볼 의사가 있다.
* 예약 팁.
캐치테이블에서 11시 59분부터 네이버 서버 시계에 맞춰 새로고침 하면서 기다림.
새로고침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하다 보면 한 번은 성공하게 됨.
by 특파원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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