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았던 해안로 걷기 여정
계속되는 비올 확률 100%의 일기예보와는 전혀 무관하게 활짝 갠 아침을 맞았다.
나중에 택시 아저씨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제주도의 일기예보는 한라산을 중심에 두고 동서남북이 판이하기 일쑤며 한라산 중턱에만 하루종일 비가 오는 경우도 있어서 예보가 틀린 것도 아니라고 한다.
아무튼, 구름이 멀어지자 습도도 확연히 줄어 오늘은 해변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쭉 가보기로 했다.
일단 숙소로부터 5분 컷인 함덕 해수욕장 앞애 도착했는데 미처 사진에는 담아내지 못했으나, 해변이 반짝거려 눈이 부실 정도였다.
아담한 함덕 해변을 지나 조금 걷다보니 큰도물이 보인다.
함덕 번화로에도 고도물이라는 용천수 목욕탕이 정비되어있는데, 오늘날까지 이용한다는 주민들에게 폐가 될까봐 들어가보진 못했었다.
제주도에서는 이처럼 용천수가 나는 곳곳마다 다양한 이름이 붙여지고 공용식수로서 소중히 여겨졌다.
용천수가 솟아나는 자연 목욕탕이라니 얼마나 소중한 자연과 문화의 유산인가. 앞으로도 잘 보전되기를 바라본다.
조금 더 걸으니 정주항이 나왔는데, 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가 야생적응 훈련을 했던 곳이라 한다.
음 그런데 비하인드를 찾아보니, 이 둘은 방류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서울대공원에서 무려 20년간 공연을 해온 노장들이었다.
때문에 야생에서 생존할 가능성에 회의론들이 많았고 지난 5년동안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아무튼 이러한 기념비가 방류를 자찬하기보단 포획과 학대를 경계하는 기재가 되었으면 한다.
정주항 근방을 둘러보고나니 그후로는 영락 없는 올레길이다.
올레길에 큰 관심이 없기도 하고, 날이 워낙 좋아 전날 못 가본 서우봉 앞길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얼른 유턴했다.
서우봉에 다다르자 전날처럼 여유롭게 둘레길을 산책을 하거나 중턱에 걸터앉아 경관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해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입체적이었다.
조금 올라가다보니 산 중턱 밭에서 꽤 여러 마리의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제주도에 여러 번 와도, 중산간쪽도 아니고 이렇게 작은 오름 중턱에서 여러 마리의 말들을 보는 것이 꽤 색다르게 느껴졌다.
바다와 말을 구경하며 500여미터를 들어가다보니 슬슬 어둑어둑해지고 어느 순간 후두둑 비가 쏟아진다.
돌아오는 이들에게 물으니 길이 끊긴단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비를 맞으며 발길을 돌렸다.
함덕의 석양
함덕식탁이라는 밥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운동을 하러 잔디공원으로 향했다.
잔디공원에는 약 300미터 둘레의 트랙이 있는데 저녁에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꽤 많이 나와 운동을 했다.
그들 사이에 껴 나도 트랙을 돌았는데 한 번씩 돌때마다 석양의 풍경이 바뀌었다.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해와 예측할 수 없는 색으로 바뀌는 바다와 강풍에 밀리는 구름이 쉴새없는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와 있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몰을 찍느라 한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 또한 참으로 흔치 않은 경험이다.
이번 여행에서 유독 일몰 사진을 많이 남긴 것이 그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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