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봉에 오르다
함덕에 왔고 바다를 접했으나, 막상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서우봉이였다.
근래 스노쿨링 명소가 된 서우봉 해변 뒤로 나즈막히 솟은 100미터 남짓한 오름이다.
함덕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고, 올레길 19 코스나 둘레길, 산책로 등이 잘 조성되어 있다.
일단 고도가 높지도 않고 길이 험하지도 않아 사람들이 편한 복장으로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정상으로 가는 숲길은 제법 가파르기도 하고 인적이 드물어, 어느 순간 새소리만 가득한 숲길이 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며 편평한 정상이 나오는데, 장소의 소박함을 상쇄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진 속 내려다보이는 곳은 북촌리와 그 앞바다의 다려도로, 지역 주민에 의하면 역사와 사연이 유구한 곳이라 했었다.
유독 흐린 날이라 더 운치 있고 함덕 쪽과는 또 다른 정취가 느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드디어 제주에 당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오름이지만 정상에 홀로 있어 보니 그 공간을 오롯이 소유한 듯한 기분이 되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이처럼 풍부한 감상을 홀로 삼켜야 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나에겐 일단 그러하다.
내려오는 길에는 함덕 해변이 내려다 보였는데, 길이 덜 가파랐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서우봉을 내려온 후, 약 100미터 거리의 함덕맛집, 오늘의 미미(米米)에서 늦은 점심을 했다.
평이 좋아 방문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감이 한시간 전이라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장소는 깨끗하고 식사는 너무나 훌륭해, 간만에 행복한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참, 식사 후 돌아오는 길 위에선 경계심이 1도 없는 길냥이를 만났다.
나른하고 태연해 여름 오후에 딱 어울리는 그림같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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