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경험하기엔 아까운
여행을 가든 출장길에 오르든 현지의 좋은 커피를 찾아 마시면 큰 활력소가 되지만, 막상 맘에 드는 커피를 못 만났을 때의 실망감 또한 매우 크게 작용한다.
그러므로 어딜 가든, 사전에 스페셜티 커피나 핸드드립 정도의 키워드로 서치를 해 가는 편이다.
그 결과 찾게 된 BOUCHE는 Grand Place로부터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리뷰를 정독한 결과 내가 원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었다.
해외에서는 구글맵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입장이지만, 꽤 긴 오르막 때문에 도보 15분 안에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는 없었는데, 가는 길에 크고 작은 유적지나 박물관을 지나기 때문에 소소히 보는 재미는 느낄 수 있었다.
오르막 끝에 다다르면 왕립 미술관을 지나 오래된 돌길 위에 남은 로얄 광장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트램이 지나는 이국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Grand Place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오래된 느낌이, 발 밑의 돌길과 그로부터 성 주변을 둘러 오르는 골목길로 이어지며 고즈넉함을 자아내니, 커피가 아니어도 한 번 가 봄직하다.
여튼 광장길을 지나 오르는 골목 초입 우측에 자리한 BOUCHE는, 독특한 사인 때문에도 바로 보이지만,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인해 바로 찾게 된다.
안타깝게도 실내는 이미 만석이었고 소리가 조금 울리는 편이었으며 카운터에서 연실 커피를 내리고 있어 다소 시끄러웠으므로, 유럽에서 드물게 프렌들리한 직원의 추천을 받아 필터 커피 한 잔과 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바깥 자리에서 받기로 하였다.
매장 밖에는 보도에 무심하게 놓인 돌 탁자와 의자에서 기다리면 되는데, 조금만 기다리니 주문한 핸드드립과 라떼가 나왔다.
사실 탁자에 놓인 커피의 색깔과 라떼 폼부터가 이미 훌륭했는데, 일단 여느 때와 같이 필터 커피 먼저 마셔 보았다.
결론은, 너무나 맛있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달까.
그 순간이 브뤼셀에서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유럽에서 이렇게 깨끗하게 맛있는 필터 커피를 마실 수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만족도는 이미 최상이었고, 때문에 혹시 라떼가 맛이 없다 해도 이해할 아량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그런 아량을 가볍게 웃어넘기듯, 라떼의 맛조차도 너무나도 출중했다.
번갈아 가며 마셔도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았고, 커피가 없어지는 시간이 슬플 정도였다.
다른 손님에게 커피를 가져다 주러 나왔던 바리스타가 어떠냐고 물었다.
이때다 싶어 그에게, 유럽에서 마셔본 커피 중 최고로 맛있다며 칭찬을 한 바가지 한 것 같다.
그 역시도 자신들의 원두에 대해 실컷 자랑할 기회를 가졌으니 서로 얼마나 기분 좋은 시간이었는가.
좋은 커피를 내릴 줄도, 자랑할 줄도, 친절하게 설명할 줄도 아는 감각적인 커피 전문점, BOUCHE.
브뤼셀을 찾는 커피 애호가들이라면 꼭 찾아가, 커피를 다 마시면 바닥에 드러나는 웃음처럼, 기분이 째지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BOUCHE Specialty Coffee · Rue de Namur 4, 1000 Bruxelles, 벨기에
4.6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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